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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토리텔러 : 노서영

유령의 집

터벅

터벅

터벅

터벅

“하...쌤은 이 시간에 왜 하필 수영장으로 심부름을 보내는 거야”

“그러니까. 근데 왜 이렇게 으스스하냐... 너 2반 황지호 알지. 걔 작년에 여기서 귀신 봤대”

“헐 이젠 놀랍지도 않다. 옆반 미희도 봤다더라.”

“우리 언니가 그러는데 그 귀신, 우리 언니 학교 다닐 때 옆 반에 수영선수 하던 언니래. 그 언니 죽기 전엔 귀신 본 사람도 없었고 수영수업이랑 자유수영도 많이 시켜줬대.”

첨벙

“어? 뭐야 네가 그런 거야?”

“야 무섭게 왜 그래 네가 그런 거면서.”

첨벙

첨벙

​촤악!

​꺄아아아아악!!!!!

풉. 너무 짓궂었나 싶지만 겁도 없이 내 얘기를 하는 게 거슬려서 말이지.

물 좀 튀겼다고 도망가는 저 애들은 아마 지금쯤 교실로 달려가 야자 하는 아이들을 불러모아 신나게 떠들고 있을 것이다.

나도 저 애들처럼 경쾌한 목소리를 가졌던 때가 있었다.

서투른 언행들을 그 나이의 순수함으로 포장할 수 있었던,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던 순간들이 있었다.

​지금은 내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했던 장소에 얽매여버린 지박령이지만...

터벅

터벅

터벅

터벅

“이렇게 불도 다 켜놨는데 무슨 귀신이 있다고 그래?”

“아 쌤 진짜 봤어요! 물이 막 튀었다니까요?”

아까 그 애들이 담임을 데리고 왔나보다. 물 좀 튀긴 거 가지고 유난은...

습한 공기 사이로 아까 그 애들과 한 여자가 걸어온다.

차분한 음성, 큰 키, 온화하지만 단단한 눈빛...

그 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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